<보도자료> 폭격장 폐쇄 뒤 물새 천국 된 ‘매향리 갯벌’ 코앞에 60m 호텔이 웬말?

관리자
발행일 2021-04-26 조회수 5


화성시 매향리 갯벌 앞 대규모 관광휴양시설사업 심의중
환경단체들 “국제적 물새 이동경로에 어처구니없는 사업”


지난 22일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국제적 철새 이동 경로로 지정된 매향리 갯벌 앞에서
이곳에 추진 중인 대규모 호텔 시설 사업이 물새에게 끼칠 영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홍용덕 기자
지난 22일 찾은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갯벌.
16년 전까지만 해도 미군 전투기가 퍼붓는 폭격과 기총 사격 굉음이 가득했던
매향리 농섬과 갯벌은 물새들로 가득했다.
이날 낮 만조로 물이 차자 갯벌에서 쉬거나 먹이활동을 하던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와 검은머리갈매기, 저어새 등의 물새 2만~3만여마리가
연안 갯벌 쪽으로 몰려들었다.
제방도로에서 물새들까지의 거리는 500~1000m.
탐조경으로 볼 만큼 떨어져 있던 물새들이 물에 잠기지 않은 갯벌로 이동하면서 맨눈으로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여름에는 노랑부리백로와 저어새가 찾고 겨울에는 오리와 기러기류, 황새 등 5만~6만여마리의 물새가 갯벌을 찾는 등
매향리는 연중 물새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동행한 박혜정 화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2008년 화성방조제 완공 이후 사람의 간섭이 줄고 폭격장도 폐쇄되고 갯벌의 저서생물이 풍부해지면서
화성습지는 35종 이상의 희귀 물새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와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 시베리아 등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기착하는 국내 몇 안 남은 물새들의 중간 기착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류 전문가인 나일 무어스 박사의 ‘새와 생명의 터’와 화성환경운동연합 등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3월 말까지 화성습지를 조사한 결과,
매향리 갯벌 등 화성습지에는 13만2000마리의 물새가 살고 있으며
멸종위기종인 알락꼬리마도요는 전세계 개체수의 6%에 이르는 하루 최대 2275마리가 발견됐다.
이들 물새는 매향리 갯벌에서 2~3㎞ 떨어진 화성방조제 안쪽에 형성된 인공호를 오가며 먹이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화성습지는 2018년 11월30일 국제 전문가 네트워크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P) 회의에서
물새 이동경로 지점으로 등록되는 등 국제적으로 중요한 물새 지역으로 확인받았다.

경기 화성시 우정읍의 매향리 갯벌 앞에 추진 중인 관광휴양시설(빨간 원 안)과
바로 앞 매향리 갯벌에서 먹이활동과 휴식을 하고 있는 물새들의 모습. 화성환경운동연합 제공
폭격장이 폐쇄된 뒤 국제적 물새 지역으로 떠오른 매향리 갯벌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우정읍 매향리 122-31일대 9만9000여㎡에 관광휴양시설을 짓기 위한 민간 사업제안서가 접수돼
화성시의 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금속 방류 논란을 빚은 공장 터를 사들인 민간업자는 높이 60m 18층 호텔과
6층 규모의 관광호텔 2동, 3층 규모의 펜션단지와 함께
1200m의 지반을 뚫어 온천수를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 부지는 매향리 갯벌과 40여m 안팎의 제방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18층의 고층건물에서 100~2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수만마리의 새들이 앉아 있는 곳이 전세계 어디에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되물으며
“어처구니없는 개발 사업”이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호텔 등에서 나오는 빛과 자동차 소음 및 진동, 오·폐수 방류 등의 인간 간섭이
물새와 이들의 서식지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매향리 갯벌은 화성시도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 중인 곳이다.
시는 해양수산부에 매향리 갯벌 14㎢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신청에 이어,
올해 화성호 인공호 습지 9㎢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신청하고 국제협약인 람사르습지 지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매향리는 도시 계획상 성장관리지역으로 주민 누구나 심지어 공장 등의
지구단위계획 사업제안이 가능한 곳”이라며
“환경영향평가와 주민공청회도 끝냈다.
지난달 지구단위계획 결정 관련 1차 심의에 이어 2차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은 “매향리 갯벌의 생물 다양성 서식지 보전을 위해
소음과 진동, 빛에 의한 서식지 저감 방안 수립과 온천수와 호텔 등에서 나올
오·폐수 해양 방류 시 저감 대책 등을 마련하라”며 조건부 협의를 한 상태다.
환경단체들은 람사르습지 지정을 추진 중인 화성시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아래
국제적인 물새들의 서식지를 위협할 개발 사업을 멈춰줄 것을 호소한다.
박혜정 사무국장은 “멸종위기종 철새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시기가 3~9월임에도 조류 조사를 겨울철에 진행해
주요 종과 개체수를 누락시키는가 하면 멸종위기종 서식 위치도 사업지와 가까운 거리는 제외되는 등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며 “매향리 갯벌이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41873?lfrom=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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